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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 > 회원전용 > 번역이야기  
제 목

‘번역대국’ 한국

작성자

관리자

날 짜

2007-04-18

파 일

조회수

1796


-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대표작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일본어로 번역한 사람은 경제사학자 오쓰카 히사오(大塚久雄)였다.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와 함께 20세기 후반 일본 사상계를 대표하는 학자다. 그는 30대 소장학자 때 이 책을 처음 옮긴 이래 80세가 넘을 때까지 여러 번 개정판을 내놓았다. 이 20세기 고전의 한국어 번역본도 여러 종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교수신문 의뢰로 한국어 번역본들을 검토한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는 추천할 만한 책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 일본은 대표적인 번역대국이다. 웬만한 책 치고 일본어로 나오지 않는 것이 없다. 수준도 높다. 근대화의 사상적 지도자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이래 최고 지식인들이 번역을 중시했다. 1930년대에 이미 마르크스 전집이나 동남아 불교국가들의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을 번역할 정도였다. 그래서 “일본 근대화의 원동력은 번역”이라고 말한다.

- 뉴욕타임스가 한국에서 발행되는 책 중 번역서 비율이 29%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는 한국어 번역본이 320만부가 팔려 프랑스어 번역본(540만부)에 이어 두 번째였다. 세계 7위 출판시장을 가진 한국이 이제 번역에서도 대국이 된 것이다. 최근엔 외국어 원저와 한국어 번역본이 동시 출간되기도 한다. 문제는 번역의 질이 양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 지난해 전체 번역물의 3분의 2가 만화(26%)와 아동(21.8%), 문학(19.6%) 등 가벼운 읽을거리였다. 교양서 번역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고전 번역은 아직 한심한 수준이다. 교수신문은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의 번역본들이 제대로 된 게 없어 오류가 적은 순서로 추천해야 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모두 시원치 않은 번역뿐이지만 그나마 1969년에 번역된 것이 읽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학술서 번역이 제자리걸음인 것은 번역을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학계 풍토 탓이 크다. 몇 년씩 공 들여 어렵고 두꺼운 책을 옮겨도 논문 한두 편 쓴 것에 해당하는 평가밖에 못 받는다. 그래서 학자들은 번역에서 손을 떼고 ‘논문 제조’에만 몰두한다. 그리스·라틴어 원전 번역에 30년을 바친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나 플라톤 원전 번역과 씨름하는 정암학당의 젊은 철학자들은 아주 예외다. 사상과 문화의 수신(受信) 과정을 착실히 거치지 않고 발신(發信) 국가가 된 경우는 없다.
<조선일보 2007.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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